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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첫 알바(돈 못받고 일 한 이야기)

가게에서 만들었던 오코노미야끼

일본에 온 지 한 달 후 정도부터 난 알바를 시작했었는데 '오유모'라고  오사카 유학생 모임이라는 다음 카페에 올라온 알바 모집을 보고 집에서 십 분 정도 거리에 있는 오코노미야끼 집에서 첫 알바를 시작했었다.

떡 버터구이
부타김치(돼지고기,김치볶음)

 

 첫 알바라 정말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손님이 많이 없어서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그리고 나는 어학교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를 소개해서 함께 알바를 할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생은 처음엔 일본인 두 명 한국인 세명(나랑 친구 포함)이었는데 사장님이 소속사를 본업으로 해서 한국인 연예인들이랑 볼 일이 많고 그래서 한국인 아르바이트생을 뽑고 싶어 하는 듯했다.

 가게 안도 연예인들의 싸인 브로마이드 등으로 빽빽했다. 첫 한 달 정도까지만 해도 시급도 좋고 너무 좋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 날 같이 일하던 일본인 언니가 그만두고 이상하게도 사장님이 그 아르바이트생 언니의 욕을 많이 했었다.

교통비를 몰래 카운터에서 빼 간다느니 배신당했다느니 하는... 그때까지도 나는 사장님이 불쌍하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점점 가게에 손님이 전혀 안 오게 되었고 이상하게도 가게로 사장님을 찾는 전화가 매일 오기 시작했다.

 사장님한테 이야기를 해도 없다고 하라고 하셨고 나는 사장님의 사정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한번은 한국에서 온 트로트 가수의 콘서트를 사장님이 잡아서(한국에서도 그렇게 인기가 많은 가수가 아니어서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데 히트곡은 들어본 적이 있는 가수였다.) 그 콘서트의 스텝으로도 일을 했던 적이 있는데 콘서트가 끝나고 뒤풀이를 가기 전에 갑자기 홀 스텝이 홀 대여비가 아직 입금이 안되었으니 사장님에게 연락을 해달라고 이야기를 하러 왔었다. 나는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사장님은 다음 주에 입금을 한다고 전해달라 했고 나는 별 문제없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홀은 콘서트 당일 대여비를 지급하기로 계약이 되어있었다고 한다.

 아마 매일 가게로 전화가 오기 시작한 것도 그 콘서트 이후였던 것 같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사장님은 가게의 전기세, 가스비, 월세 등을 계속 미루고 있었고 그 전화들은 모두 그런 내용의 전화였다.

 그때 나는 일을 거의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 했었는데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마감까지 했었기 때문에 꽤 아르바이트비가 짭짤했다. 그렇다 짭짤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사장님이 월급날이 되어도 입금을 해 주지 않았고 계속 일주일씩 급여일을 미루기 시작했다. 마치 그때 그 콘서트홀 대여 때처럼 그렇게 급여일 후 삼주가 지나도록 돈을 못 받고 일을 하던 어느 날 사장님이 사정을 이야기했다. 사정이 나빠져서 아르바이트비를 주기가 힘들다고... 한 달만 시간을 달라고..... 나는 그다음 달에 한국인 친구가 놀러 오기로 해서 월급을 받아서 여기저기 데리고 가서 재미있게 놀려고 계획까지 짜 놨었기 때문에 너무 당황을 했고 당연히 한 달이 지나서도 월급을 받지 못했다. 

 

 그 후 상황이 나아질 기미도 손님이 늘 기미도 보이지 않아 그만두겠다고 말을 했고 월급은 그다음 달까지는 달라고 이야기를 하고 친구와 함께 알바를 그만뒀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당연하지만 두달 뒤에도 월급을 받지 못해 친구와 이야기를 하러 갔는데 갑자기 너희도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느냐 왜 자기 사정은 헤아려주지 않느냐는둥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술을 마셨는지 한국어로 욕을 지껄이더니 책상을 엎었다. 나는 순간 아.. 얕보이고 있구나.. 이런 식으로 우리를 대해도 별 탈 없을 거라 생각하는 구나라고 느끼고 어떻게 모국을 떠나서 외국에서 학생으로 유학하고 있는 학생한테 너의 사정을 헤아리길 바라느냐고 큰소리를 내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파란만장했구나... 내 유학생활...)

 

그 후로 매일같이 끈질기게 연락을 해서 그만둔 지 삼 개월이 지나서야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사장이 돈을 안 주고 싶었던 게 아니라 정말 돈이 없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그런 마음도 사라졌기 때문에 그렇게 악착같이 매일 독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알바를 그만두고 나서 안 사실인데 그 가게에 점점 손님의 발길이 끊겼던 건 사장이 그 골목의 술집에서 술을 먹고 난동을 부린 적이 있다고 한다. 그 골목은 정말 작고 가게가 밀집되어있어서 소문이 금방 퍼지는데 그 이후로 가게의 평판까지 떨어진 것이었다.

 

아마 이때가 내 4년 타국 생활 중 가장 서러웠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때 부모님이 속상해했던걸 생각하면 여전히 화가 난다. 사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었는데(연예인과도 찍었었다) 그때 너무 화가 나서 다 지워버려서 남은 사진이 음식 사진 몇 장밖에 남지 않았다. ㅋㅋㅋ 다행히도 그 이후로 구했던 아르바이트는 다 즐거웠기 때문에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