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없이 일본에 입국하면 생기는 일
오늘은 내가 일본에 처음 입국했을 때 있었던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나는 일본에 학생비자(보통 일 년)로 처음 왔는데 입국일 당일 일본 간사이 공항의 입국심사대에서 비자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당당하게 여권을 들이밀었는데 “あなたビザがないよ“あなた ビザ がないよ”(당신 비자가 없어요)라는 말을 듣고 한참 굳어있었다.
한국에서 공항에 가기 전에 엄마가 자주 덜렁대는 나를 걱정해서 “제발 도착해서 뭐가 없어서 일본에 못 들어간대 라는 소리만 하지 마라”라는 이야기를 해줬었는데 그게 현실이 됐나 싶었다.
너무 당황한 나는 일본어를 알아들었지만 갑작스럽게 일본어를 해야 하니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져 아무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랬더니 심사하시는 분이 영어는 가능하냐며 영어로 무언가가 잔뜩 써진 파일을 보여줬다.
영어랑은 연을 끊고 살던 나는 당연히 이해할 수 없었고, 내가 계속 황당하여있자 그 분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뒤 하얀 마스크에 하얀 가운을 입은 새하얀 분이 나타나서 나를 어떤 방으로 안내하고 잠시 기다리라고 하셨다.
나는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으로 네이버 번역기를 써보려고 했지만 유심칩을 바꾸지 않았었기 때문에 와이파이 연결이 되지 않았고 너무 답답해져서 일단 부모님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무조건 엄청 혼날 거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엄마는 침착하게 이야기를 들어줬고 유학센터에 전화를 걸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유학센터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유학센터에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돌아오는 비행기 편을 끊던가 일단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엄청 당황하셨다.
그렇게 혼자 정신없이 연락을 하는 사이에 새하얀 그분이 돌아오셨고 왜 비자 없이 일본에 입국을 하려했는지에 대해 인터뷰 같은걸 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이미 조금 침착해진 상태라 나도 대답을 할 수 있었는데 나는 비자를 받았다고 생각을 하고 왔었기 때문에 왜 비자없이 입국을 했냐고 물어도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비자를 위한 준비를 유학센터에 다 맡겼었고 그 과정이 끝났다고 생각을 했다”라고 대답을 했다. 그렇게 한참을 이런저런 질문에 답을 하고 서류까지 작성 후에 심사를 겨우 패스할 수 있었다.(참고로 그땐 히라가나밖에 몰라서 양해를 구해 모든 걸 히라가나로 적었다 ㅎㅎ)
모든 과정이 끝나고 너무너무 감사하게도 비자 증명 도장을 찍어주시고 재류카드까지 그 자리에서 발급을 해 주셨다.
알고 보니 한국에 있을 때 마지막에 갔던 유학센터 설명회가 끝나고 대사관에 가서 준비한 서류를 보여주고 그 도장을 받았어야 했는데 내가 이해를 잘못해서 여권 자체를 맡겼던 사람은 그 과정이 필요 없다고 생각을 했고 그대로 와버렸던 것이었다,,,(바보,,,)
우여곡절 끝에 심사를 해 주신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조금 더 이야기를 했는데 "원래는 이런 경우에는 무조건 돌려보낸다 하지만 네가 인터뷰에 응할 정도의 일본어가 되었고 나를 이해시켰기 때문에 이번 한 번만 입국 허가를 하고 이 자리에서 비자를 인정해 재류카드까지 발급을 해 준거다"라고 하셨다.
원래라면 입국 후에 대사관에 가서 발급을 받았어야 하기 때문에 너무너무 감사했다.
정말 지금 돌이켜보니 첫날부터 아주 파란만장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냥 일본이 날 반겨준다고 엄청난 긍정의 힘으로 생각했었던 것 같다. 운명이라고까지 생각을 했다ㅎㅎ
그래서 아직도 나는 여기에 남아서 일을 하고 있는 건지도,,,